최근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?
저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요. 직장이라는 그룹 안에 강제적으로 묶여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긴 하지만, 그것도 나쁘지 않아요. 오히려 매일 같이 야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제게는 좋은 시간들이에요. (그 친구가 알면 기겁하겠네요.)
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, 잠시 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? 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생각이 많은 아이였어요. 왜 우리가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, 세상사람들은 왜 모든 것에 ‘의미’ 와 ‘의도’를 찾는지, 왜 사람들은 숫자로 모든 것을 매겨야 직성이 풀리는지,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야기 나눌 순 없는지, 항상 물음표가 뒤따랐어요. 이 같은 물음들은 아마도 집안의 사업실패로 인해 가족들과 함께 산 적이 별로 없었고, 친척 집을 전전하며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혼자 보냈던 경험들에 기인한 것 같아요. 아, 참 세상은 돈과 권력이 있다면 그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덤으로 익혔던 시간들이었죠.
그럼에도 저는 좌절하진 않았어요. 혼자 있는 시간을 음악과 책, 영화같은 것을 탐구하는 것으로 버텨냈거든요. 그 친구는 고맙게도 이것을 제 능력인 것처럼 ‘덕력’이라 표현해주었지만, 저에겐 생존을 위한 매개체였을 뿐, 대단한 능력까지는 아니에요. 저는 오히려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부딪히는 그 친구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. 제가 아주 부족한 부분이거든요.
세상은 굳이 심각하지 않아도, 깊게 파고 들지 않아도, 굳이 의미와 의도를 찾지 않아도, 행복할 수 있어요. 저는 그런 행복을 꿈꿔 왔어요. 그냥 있는 그대로를 서로 바라보고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. 그래서 제가 그 친구를 좋아하나봐요. 제가 닯고 싶은 편안한 사람이거든요.
살짝 위험한 발언이긴 합니다만,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많이 쫓아다녔을 거 같아요. 그 친구에겐 다행인 일이죠.
우리가 사랑하는 것을, 오래도록 함께 하길 바라요.
일을 해야 하는데, 그 친구 생각을 하다보니 오늘은 아무래도 틀려먹은 것 같아요. 아주 많이 응원한다고 전해주세요.
좋은 질문 감사했습니다. 좋은 밤 되세요.
P.S
그 친구가 좋은 여정을 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, 노래 한곡을 동봉합니다.
STILL CORNERS - THE TRIP